유엔평화기념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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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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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평화기념관장 사진

저는 무거운 책임과 깊은 경외의 마음으로
유엔평화기념관 관장이라는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는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역사 앞에서의 책임을 인수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곳 부산은 전쟁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도시이며, 세계 22개국의 젊은이들이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명을 내어놓았던 기억이 깃든 땅입니다.

유엔평화기념관은 단순히 과거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이곳은 왜 그들이 왔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희생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장소입니다.
기억은 저절로 지속되지 않습니다.
기억은 가꾸지 않으면 희미해지고, 해석하지 않으면 왜곡됩니다.
그래서 기념관의 역할은 추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윤리와 교육으로 전환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 기념관을 전쟁을 설명하는 공간이 아니라 평화를 배우는 공간, 과거를 바라보는 장소가 아니라 미래의 선택을 준비하는 장소로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다음 세대에게 평화는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희생 위에 놓인 취약한 성취라는 사실을 분명히 전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세 가지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유엔 참전의 역사와 희생을 어떠한 정치적·이념적 왜곡 없이
사실과 인간의 존엄이라는 원칙 위에서 정직하게 보존하겠습니다.
둘째, 유엔평화기념관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평화교육의 중심기관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겠습니다. 청소년과 시민이 이곳을 다녀간 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부산에서 세계를 향해 평화를 말할 수 있도록 유엔과 참전국,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실질적인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겠습니다.

평화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기억, 한 세대의 성찰, 그리고 다시는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결심에서 시작됩니다.
유엔평화기념관은 그 결심이 태어나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관장으로서 이 공간이 침묵으로 가득한 기념관이 아니라, 사유와 대화, 교육과 연대가 살아 숨 쉬는 열린 평화의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의 취임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마음에 새기며, 이 길을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겸손하게 걸어가겠습니다.

끝으로,
이 땅에 평화를 남기고 떠난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3월 18일
유엔평화기념관장 허재택